[원문삼국지 39회] 공명, 박망파에서 첫 공을 세우다. 원문삼국지 原文三國志

第三十九回 荊州城公子三求計 博望坡軍師初用兵

제39회: 형주성에서 공자가 계책을 세번 구하고, 박망파에서 군사가 처음으로 용병하다.

박망파 유적지

卻說孫權督眾攻打夏口,黃祖兵敗將亡,情知守把不住,遂棄江夏,望荊州而走。甘寧料得黃祖必走荊州,乃於東門外伏兵等候。祖帶數十騎突出東門,正走之間,一聲喊起,甘寧攔住。祖於馬上謂寧曰:「我向日不曾輕待汝,今何相逼耶?」寧叱曰:「吾昔在江夏,多立功績,汝乃以劫江賊待我,今日尚有何說?」

한편, 손권이 무리를 이끌고 하구를 공격하니 병패장망 兵敗將亡 [군대는 패전하고 장수들은 죽어나남]이라 지켜내지 못할 것을 깨달은 황조가 마침내 강하를 버려 형주 쪽으로 달아난다. 감녕이 헤아리니 황조는 반드시 형주로 달아날 것이라 동문 밖에 복병해 기다린다. 황조가 수십 기를 거느려 동문을 돌출해 달아나려는데 함성이 크게 일며 감녕이 막아선다. 황조가 말 위에서 감녕에게 말한다.

"내 지난날 너를 박대하지 않았는데 이제 어찌 핍박하냐?"

감녕이 꾸짖는다.

"내 지난날 강하에서 공적을 많이 세워도 너는 나를 한낱 겁강적 劫江賊 [강가를 노략질하는 도적]으로 대하더니 이제 도리어 무슨 말이냐?"

黃祖自知難免,撥馬而走。甘寧衝開士卒,直趕將來,只聽得後面喊聲起處,又有數騎趕來。寧視之,乃程普也。寧恐普來爭功,慌忙拈弓搭箭,背射黃祖,祖中箭翻身落馬,寧梟其首級,回馬與程普合兵一處,回見孫權,獻黃祖首級。權命以木匣盛貯,待回江東祭獻於亡父靈前。重賞三軍,陞甘寧為都尉。商議欲分兵守江夏。張昭曰:「孤城不可守,不如且回江東。劉表知我破黃祖,必來報讎。我以逸待勞,必敗劉表。表敗而後乘勢攻之,荊襄可得也。」權從其言,遂棄江夏,班師回江東。


*撥馬 /발마/ 말머리를 돌리다.
*背射 /배사/ 말을 달리며 몸을 돌려 뒤로 쏘는 것.

황조가 지나가기 어렵다 여겨 말머리를 돌려 달아난다. 감녕이 사졸들을 뚫고 곧장 따라붙는데 뒤에서 함성이 일어나고 몇 기가 뒤쫓아온다. 감녕이 바라보니 바로 정보 程普다. 정보가 와서 공을 다툴까 두려운 감녕이 황망히 활을 들어 화살을 매겨 몸을 틀어 황조를 쏴맞춰 황조가 몸이 뒤집혀 낙마한다. 감녕이 그 머리를 잘라 말머리를 돌려 정보와 더불어 병력을 모아 돌아가 손권을 만나 황조의 머리를 바치니 손권이 명해 나무상자에 잘 넣어 강동으로 돌아가 제사를 올려 망부[돌아가신 부친]의 영전에 바치려 한다. 3군을 크게 포상하고 감녕을 도위로 승진시킨다. 상의해 병력을 나눠 강하를 지키려 하자 장소가 말한다.

"고립된 성은 지키지 못하니 차라리 강동으로 돌아가는 것만 못합니다. 우리가 황조를 격파한 것이 알려지면 유표가 반드시 복수에 나섭니다. 우리가 이일대로 以逸待勞 [충분한 휴식을 취한 병사로써 피로한 적병을 기다려 싸움]하면 유표를 반드시 깹니다. 유표를 깬 뒤 기세를 타 공격하면 형양 지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손권이 그 말을 따라 곧 강하를 버려 군사를 거둬 강동으로 되돌아간다.

蘇飛在檻車內,密使人告甘寧求救。寧曰:「飛即不言,吾豈忘之?」大軍既至吳會,權命將蘇飛梟首,與黃祖首級一同祭獻。甘寧乃入見權,頓首哭告曰:「某向日若不得蘇飛,則骨填溝壑矣,安能效命將軍麾下哉?今飛罪當誅,某念其昔日之恩情,願納還官爵,以贖飛罪。」權曰:「彼既有恩於君,吾為君赦之;但彼若逃去,奈何?」寧曰:「飛得免誅戮,感恩無地,豈肯走乎?若飛去,寧願將首級獻於階下。」權乃赦蘇飛,止將黃祖首級祭獻。祭畢設宴,大會文武慶功。

소비가 함거에 갇혀 몰래 사람을 보내 감녕에게 구해달라 청한다. 감녕이 말한다.

"소비가 말하지 않더라도 내 어찌 그를 잊겠소?"

대군이 오회 吳會에 이르자 손권이 명해 소비의 목을 잘라 황조의 머리와 더불어 제물로 바치려 한다. 이에 감녕이 들어가 손권을 만나 머리를 조아려 소리내 울며 고한다.

"제가 지난날 소비가 없었다면 이 몸이 죽어 구학 溝壑 [계곡/산골짜기]에 버려졌을테니 어찌 장군 휘하에서 효명 效命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함]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소비의 죄 죽어 마땅하나 제가 지난날의 은정을 생각해 바라건대 그 벼슬을 거둬 속죄하게 해주십시오."

"그가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니 내 그대를 위해 사해주겠소. 다만 그가 달아나면 어떡하겠소?"

"소비가 처형을 면하면 은혜에 감복하기 이를 데 없을테니 어찌 달아나려 하겠습니까? 만약 소비가 달아난다면 차라리 바라건대 머리를 베어 계하 階下[섬돌 아래]에 바치겠습니다."

이에 손권이 소비를 사면해 다만 황조의 머리만을 제물로 바친다. 제사를 마쳐 주연을 베풀어 문무관리를 크게 모아 공로를 기린다.

正飲酒間,忽見座上一人大哭而起,拔劍在手,直取甘寧。寧忙舉坐椅以迎之。權驚視其人,乃凌統也.因甘寧在江夏時,射死他父親凌操,今日相見,故欲報讎。權連忙勸住,謂統曰:「興霸射死卿父,彼時各為其主,不容不盡力。今既為一家人,豈可復理舊讎?萬事皆看吾面。」凌統叩頭大哭曰:「不共戴天之讎,豈容不報?」權與眾官再三勸之,凌統只是怒目而視甘寧。權即日命甘寧領兵五千,戰船一百隻,往夏口鎮守,以避凌統。寧拜謝,領兵自往夏口去了。權又加封凌統為承烈都尉,統只得含恨而止。

한창 음주하는데 홀연히 좌상에서 한 사내가 크게 곡하며 일어나 검을 뽑아 들고 곧장 감녕에게 덤빈다. 감녕이 황망히 의자를 들어 막는다. 손권이 놀라 바라보니 바로 능통이다. 감녕이 강하에 있을 적에 그 아버지 능조를 사살했는데 이제 만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다. 손권이 잇따라 황망히 말리며 능통에게 말한다.

"흥패가 경의 부친을 사살한 것은 당시 각자의 주군을 위해서였소. 이제 한 집안인데 어찌 복수하려 하오.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내 면목을 봐주시오."

능통이 머리를 조아려 크게 곡하며 말한다.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 못 살거늘 어찌 복수를 않겠습니까?"

손권과 관리들이 거듭 권하나 능통은 감녕을 노려볼 뿐이다.  손권이 그날 감녕에게 명해 5천 병력과 전선 1백척을 거느려 하구로 가 지키게 해 능통을 피하게 한다. 감녕이 절을 올려 사례해 병력을 거느려 하구로 갔다. 손권이 또한 능통에게 승렬도위 벼슬을 더하니 능통이 어쩌지 못해 한을 품을 뿐이다.

東吳自此廣造戰船,分兵守把江岸;又命孫靜引一枝軍守吳會;孫權自領大軍,屯柴桑;周瑜日於鄱陽湖教練水軍,以備攻戰。

동오가 이로부터 널리 전선을 건조하고 병력을 나눠 여러 강변을 지킨다. 또한 손정에게 명해 한줄기 군을 이끌어 오회 吳會를 지키게 한다.  손권이 스스로 대군을 거느려 시상 柴桑 [오늘날 강서성 구강시 서남쪽]에 주둔한다. 주유가 매일 파양호 鄱陽湖 [오늘날 포양호. 중국 최대 담수호]에서 수군을 교련해 싸움을 대비한다.

話分兩頭。卻說玄德差人打探江東消息,回報:「東吳已攻殺黃祖,現今屯兵柴桑。」玄德便請孔明計議。

이야기가 두갈래로 갈라진다. 한편, 현덕이 사람을 보내 강동의 소식을 알아보게 하니 돌아와 보고한다.  

"동오가 황조를 공격해 죽여 이제는 시상에 주둔해 있습니다."

현덕이 곧 공명을 불러 토의한다.

正話間,忽劉表差人來請玄德赴荊州議事。孔明曰:「此必因江東破了黃祖,故請主公商議報讎之策也。 某當與主公同往,相機而行,自有良策。」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득 유표가 사람을 보내 현덕을 형주로 불러 일을 의논하고자 한다.  공명이 말한다.

"이것은 필시 강동이 황조를 격파했기에 주공을 청해 복수할 계책을 상의하고자 하는 겁니다. 제가 주공과 동행해 기회를 봐 조치하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양책[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玄德從之,留雲長守新野,令張飛引五百人馬跟隨往荊州來。玄德在馬上謂孔明曰:「今見景升,當若何對答?」孔明曰:「當先謝襄陽之事。他若令主公去征討江東,切不可應允。但說容歸新野,整頓軍馬。」

현덕이 그 말을 따라 운장을 남겨 신야를 지키게 하고 장비에게 명해 5백 인마를 이끌어 형주로 수행케 한다. 현덕이 말 위에서 공명에게 말한다.

"이제 경승[유표]를 만나 어떻게 대답해야겠습니까?"

"먼저 형양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십시오. 그가 주공께 강동을 치라 해도 절대 응해선 안 됩니다. 다만 신야로 돌아가 군마를 정돈케 해달라고만 말씀하십시오."

玄德依言,來到荊州,館驛安下,留張飛屯兵城外。玄德與孔明入城見劉表。禮畢,玄德請罪於階下。表曰:「吾已悉知賢弟被害之事。當時即欲斬蔡瑁之首,以獻賢弟。因眾人告免,故姑恕之。弟幸勿見罪。」玄德曰:「非干蔡將軍之事,想皆下人所為耳。」表曰:「今江夏失守,黃祖遇害,故請賢弟共議報復之策。」玄德曰:「黃祖性暴,不能用人,故致此禍。今若興兵南征,倘曹操北來,又將奈何?」表曰:「吾今年老多病,不能理事,賢弟可來助我。我死之後,弟便為荊州之主也。」玄德曰:「兄何出此言?量備安敢當此重任?」

현덕이 그 말을 따라 형주에 다다라 관역[일종의 공공 여관]에서 쉬고 장비를 성밖에 남겨 주둔케 한다. 현덕이 공명과 더불어 입성해 유표를 만난다. 예를 마쳐 현덕이 섬돌 아래에서 죄를 청하자 유표가 말한다.

"내 이미 아우님이 해를 입은 일을 모조리 알고 있소.  당시 채모의 목을 바로 베어 아우님께 드리려 했으나 사람들이 목숨만은 살려달라 매달리는 바람에 용서해주고 말았소. 아우님께 행여나 무슨 죄가 있겠소."

"채 장군이 간여한 일이 아니라 단지 아랫사람이 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강하를 지키지 못하고 황조가 해를 입었기에 아우님을 청해 복수할 계책을 함께 의논하고자 하오."

"황조는 난폭하고 사람을 쓸 줄 몰라 이렇게 화를 입었습니다. 지금 출병해 남쪽을 치다가 도리어 조조가 북쪽에서  쳐들어 온다면 장차 어찌하시겠습니까?"

"내 이제 늙고 병이 많아 일 처리를 못하니 아우님께서 와서 나를 좀 도와주시고, 내 죽은 뒤 형주의 주인이 돼주시오."

"형님께서 어찌 이런 말씀을 꺼내십니까? 제가 감히 어찌 이런 중임을 맡겠습니까?"

孔明以目視玄德。玄德曰:「容徐思良策。」遂辭出,回至館驛。孔明曰:「景升欲以荊州付主公,奈何卻之?」玄德曰:「景升待我,恩禮交至,安忍乘其危而奪之?」孔明嘆曰:「真仁慈之主也!」

*交至 /교지/ 일제히 도래함. 함께 옴.

공명이 현덕에게 눈짓하자 현덕이 말한다.

"제가 천천히 좋은 계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작별해 나와서 관역으로 돌아간다. 공명이 말한다.

"경승께서 형주를 주공께 맡기려는데 어찌 거절하십니까?"

"경승이 나를 여태 은혜와 예의로 대했거늘 어찌 그 위기를 틈타 빼앗겠습니까?"

공명이 탄식한다.

"참으로 인자하신 주공이십니다!"

正商論間,忽報公子劉琦來見。玄德接入。琦泣拜曰:「繼母不能相容,性命只在旦夕,望叔父憐而救之。」玄德曰:「此賢姪家事耳,奈何問我?」孔明微笑,玄德求計於孔明。孔明曰:「此家事,亮不敢與聞。」

상의하고 있는데 문득 공자 유기가 찾아와 눈물흘리며 절을 올려 말한다.

"계모가 저를 미워해  제 목숨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오니 숙부께서 가련히 여겨 구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것은 조카님의 집안 일인데 어찌 내게 물으시오?"

공명이 미소를 지으니 현덕이 공명에게 계책을 구한다. 공명이 말한다.

"이것은 집안 일이라 제가 감히 같이 들을 수 없습니다."

少時,玄德送琦出,附耳低言曰:「來日我使孔明回拜賢姪,可如此如此,彼定有妙計相告。」琦謝而去。

잠시 뒤 현덕이 유기를 데리고 나가 귓속말을 한다.

"내일 내가 공명을 조카님께 보낼테니 여차여차 하면  그가 틀림없이 절묘한 계책을 알려줄 것이오."

유기가 사례해 떠난다.

次日,玄德只推腹痛,乃挽孔明代往回拜劉琦。孔明允諾,來至公子宅前下馬,入見公子。公子邀入後堂。茶罷,琦曰:「琦不見容於繼母,幸先生一言相救。」孔明曰:「亮客寄於此,豈敢與人骨肉之事?倘有泄漏,為害不淺。」說罷,起身告辭。琦曰:「既承光顧,安敢慢待?」乃挽留孔明入密至共飲。

*慢待 /만대/ 초대해 대접이 소홀하다.

이튿날 현덕이 배가 아프다며 공명에게 자기 대신 유기를 찾아가라 부탁한다. 공명이 응낙해 공자 公子 유기의 집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들어가 공자를 만난다.  공자가 후당으로 불러 들인다. 차를 다 마셔  유기가 말한다.

"제가 계모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데 행여 선생께서 한 말씀 가르쳐 저를 구해주십시오."

"제가 여기 손님으로 머물러 어찌 남들 골육 사이의 일을 간섭하겠습니까? 만약 누설되면 해를 입음이 얕지 않습니다."

말을 마쳐 몸을 일으켜 고사한다. 유기가 말한다.

"이왕 왕림하셨는데 어찌 감히 소홀히 대접해드리겠습니까?"

공명을 만류해 밀실로 데려가 함께 음주한다.

飲酒之間,琦又曰:「繼母不見容,乞先生一言救我。」孔明曰:「此非亮所敢謀也。」言訖,又欲辭去。琦曰:「先生不言則已,何便欲去?」孔明乃復坐。琦曰:「琦有一古書,請先生一觀。」乃引孔明登一小樓。孔明曰:「書在何處?」琦泣拜曰:「繼母不見容,琦命在旦夕,先生忍無一言相救乎?」

음주하다 유기가 다시 말한다.

"계모가 미워하니 아무쪼록 선생께서 한 말씀 가르쳐 저를 구해주십시오."  

"이것은 제가 감히 꾀할 게 못 됩니다."

말을 마쳐 다시 떠나려 하자 유기가 말한다.

"선생께서 말을 안 하시면 그만이지 어찌 바로 가시려 하십니까?"

이에 공명이 다시 앉자 유기가 말한다.

"제게 고서가 한 권 있는데 청컨대 선생께서 한번 살펴보시지요."

그래서 공명을 이끌어 작은 누각을 오른다. 공명이 말한다.

"책이 어디 있습니까?"

유기가 눈물 흘리며 절을 올려 말한다.  

"계모가 미워해 제 목숨이 아침저녁을 기약하지 못하는데도 선생께서 저를 구할 계책을 차마 한 마디도 말씀하시지 못하시겠습니까?"

孔明作色而起,便欲下樓,只見樓梯已撤去。琦告曰:「琦欲求教良策,先生恐有泄漏,不肯出言;今日上不至天,下不至地,出君之口,入琦之耳,可以賜教矣。」孔明曰:「『疏不間親』,亮何能為公子謀?」琦曰:「先生終不肯教琦乎?琦命固不保矣,請即死於先生之前。」乃掣劍欲自刎。孔明止之曰:「已有良計。」琦拜曰:「願即賜教。」孔明曰:「公子豈不聞申生、重耳之事乎?申生在內而亡,重耳在外而安。今黃祖新亡,江夏乏人守禦,公子何不上言,乞屯兵守江夏?則可以避禍矣。」

공명이 낯빛을 고쳐 일어나 바로 누각을 내려가려 하나 사다리가 이미 치워져 있다. 유기가 고한다.

"제가 양책을 구하려 하나 선생께서 누설을 걱정하셔 기꺼이 말씀을 꺼내시지 않습니다. 이제 위로는 하늘에 이르지 못하고 아래로 땅에 이르지 못하게 되어 군께서 말씀하셔도 제 귀에만 들어올 뿐이니 가르침을 내려주실 수 있게 됐습니다."

"소불간친 疏不間親 [남이 친척 사이를 가를 수 없다]이라 했는데 제 어찌 공자를 위해 꾀를 내겠습니까?"

"선생께서 끝내 제게 가르침을 내리시지 않으면 제 목숨을 참으로 지키지 못하오니 청컨대 여기  선생 앞에서 죽어버리겠습니다."

이에 검을 뽑아 자살하려 하자 공명이 말린다.

"진작에 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유기가 절을 올린다.

"어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공자께서 어찌 신생 申生과 중이 重耳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신생은 안에 있다 죽고 중이는 밖에 있어 살았습니다. 이제 바로 황조가 패망해 강하를 지킬 사람이 없는데 공자께서는 어찌 강하에 주둔해 지키겠다는 말씀을 올리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재앙을 피할 수 있습니다."

琦再拜謝教,乃命人取梯送孔明下樓。孔明辭別,回見玄德,具言其事,玄德大喜。次日,劉琦上言,欲守江夏。劉表猶豫未決,請玄德共議。玄德曰:「江夏重地,固非他人可守,正須公子自往。東南之事,兄父子當之;西北之事,備願當之。」表曰:「近聞曹操於鄴郡作玄武池以練水軍,必有南征之意,不可不防。」玄德曰:「備已知之,兄勿憂慮。」遂拜辭回新野。劉表令劉琦引兵三千往江夏鎮守。

유기가 두번 절해 가르침에 사례하고 부하에게 명해 사다리를 가져오게 해 공명을 내려 보낸다. 공명이 작별해 돌아가 현덕을 만나 그 일을 상세히 고하자 현덕이 크게 기뻐한다. 다음날 유기가 강하를 지키겠다는 말을 올린다. 유표가 머뭇거려 매듭짓지 못해 현덕을 불러 함께 의논하자 현덕이 말한다.

"강하는 중요한 곳이라 참으로 아무나 수비할 곳이 못 되니 바로 공자께서 몸소 가셔야만 합니다. 동남쪽의 일은 형님 부자께서 맡으십시오. 서북쪽의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요새 듣자니 조조가 업군에 현무지를 만들어 수군을 훈련한다니 필시 남쪽을 칠 뜻이 있는 것이라 방비하지 않을 수 없소."

"제가 이미 알고 있으니 형님께서 우려치 마십시오."

절을 올려 작별해 신야로 돌아간다. 유표가 유기에게 명해 병력 3천을 이끌고 가서 강하를 진수 鎮守[주둔해 지킴]하게 한다.

卻說曹操罷三公之職,自以丞相兼之,以毛玠為東曹掾;崔琰為西曹掾;司馬懿為文學掾。懿字仲達,河內溫人也:潁川太守司馬雋之孫,京兆尹司馬防之子,主簿司馬朗之弟也。自是文官大備,乃聚武將商議南征。夏侯惇進曰:「近聞劉備在新野,每日教演士卒,必為後患,可早圖之。」

*曹掾 /조연/ 부서 내에서 일을 나눠 맡은 벼슬아치. 서리. 아전.

한편 조조가 3공의 직위를 파해 스스로 승상으로써 겸한다. 모개를 동조연 東曹掾으로 삼고, 최염을 서조연으로 삼고, 사마의 司馬懿를 문학연으로 삼는다. 사마의는 자가 중달 仲達인데  하내의 온인 溫人이다. 영천태수 사마준의 손자이자 경조이 京兆尹 [서울의 지방장관] 사마방의 아들이고, 주부 主簿 사마랑의 아우다. 이로부터 문관들이 크게 갖춰지자 무장들을 모아 남쪽 정벌을 상의한다. 하후돈이 진언한다.

"요새 듣자니 유비가 신야에서 매일 사졸들을 교련한다 합니다. 반드시 후환이 될테니 어서 도모해야 합니다."

操即命夏侯惇為都督;于禁、李典、夏侯蘭、韓浩為副將;領兵十萬,直抵博望城,以窺新野。荀彧諫曰:「劉備英雄,今更兼諸葛亮為軍師,不可輕敵。」惇曰:「劉備鼠輩耳,吾必擒之。」徐庶曰:「將軍勿輕視劉玄德。今玄德得諸葛亮為輔,如虎生翼矣。」操曰:「諸葛亮何人也?」庶曰:「亮字孔明,道號臥龍先生。有經天緯地之才,出鬼入神之計,真當世奇士,非可小覷。」

조조가 즉시 명해 하후돈을 도독으로 삼고 우금, 이전, 하후란, 한호를 부장으로 삼아 10만 병력을 거느려 곧장 박망성 博望城에 이르러 신야를 엿보라 한다.  순욱이  간언한다.

"유비는 영웅인데다 이제 제갈량을 군사로 삼았으니 가볍게 대적해선 안 됩니다."

하후돈이 말한다.

"유비는 쥐새끼 같을 뿐이니 내 반드시 잡아버리겠소."

서서가 말한다.

"장군, 유현덕을 경시하지 마시오.  이제 현덕을 제갈량이 보좌하게 돼 호랑이가 날개를 단 셈이오."

조조가 말한다.

"제갈량이 어떤 사람이요?"

서서가 말한다.

"제갈량의 자는 공명이며 도호 道號는 와룡선생입니다. 경천위지 經天緯地 [하늘과 땅을 날실과 씨줄라 삼음. 천하를 주무름]의 재주를 가지고 출귀입신 出鬼入神  [변화무쌍해 예측할 수 없음]의 계략을 가진, 참으로 당세의 기사 奇士 [기이한 사람. 남다른 사람]이니 얕봐선 안 됩니다."

操曰:「比公若何?」庶曰:「庶安敢比亮?庶如螢火之光,亮乃皓月之明也。」夏侯惇曰:「元直之言謬矣。吾看諸葛亮如草芥耳,何足懼哉!吾若不一陣生擒劉備,活捉諸葛,願將首級獻與丞相。」操曰:「汝早報捷書,以慰吾心。」惇奮然辭曹操,引軍登程。

조조가 말한다.

"공에 비해서 어떻소?"

"제가 어찌 감히 제갈량에게 비하겠습니까? 제가 반딧불이라면 그는 호월 皓月 [밝은 달]처럼 밝습니다."

하후돈이 말한다.

"원직의 말씀이 틀렸습니다. 내가 보기에 제갈량은 초개 [지푸라기] 같을 뿐인데 어찌 족히 두렵겠습니까!  내 만약 유비와 제갈량을 한번에 사로잡지 못한다면 바라건대 제 수급 [목을 벤 머리]을 승상께 바치겠습니다."

조조가 말한다.

"너는 어서 첩서 捷書 [승전을 알리는 글]를 올려 내 마음을 기쁘게 하라!"

하후돈이 분연히 조조에게 작별해 군사를 이끌고 길을 나선다.

卻說玄德自得孔明,以師禮待之。關、張二人不悅曰:「孔明年幼,有甚才學!兄長待之太過!又未見他真實效驗!」玄德曰:「吾得孔明,猶魚之得水也。兩弟勿復多言。」關、張見說,不言而退。一日,有人送犛牛尾至。玄德取尾親自結帽。孔明入見,正色曰:「明公無復有遠志,但事此而已耶?」玄德投帽於地而謝曰:「吾聊假此以忘憂耳。」孔明曰:「明公自度比曹操若何?」玄德曰:「不如也。」孔明曰:「明公之眾,不過數千人,萬一曹兵至,何以迎之?」玄德曰:「吾正愁此事,未得良策。」孔明曰:「可速招募民兵,亮自教之,可以待敵。」玄德遂招新野之民,得三千人。孔明朝夕教演陣法。忽報曹操差夏侯惇引兵十萬,殺奔新野來了。張飛聞知,謂雲長曰:「可著孔明前去迎敵便了。」

*聊 /요/료/ 애오라지. 즐기다. 편하다.
*教演 /교연/ 교련. 훈련.

한편, 현덕이 공명을 얻은 뒤 스승의 예로써 대한다. 관, 장 두 사람이 불쾌해 말한다.

"공명이 어린 데 재학[재주와 학문]이 참 대단하겠수다! 형장께서 그를 대우함이 너무 지나치시우!  게다가 아직 그가 참으로 효험을 보인 것도 아니란 말이우!"

"내 공명을 얻음은 비유컨대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다. 두 아우는 다시는 여러 말 말라."

관, 장이 그 이야기를 듣고 말없이 물러난다. 하루는, 누군가 이우 犛牛[검은 들소. 야크. 모우]의 꼬리를 보내오자 현덕이 그 꼬리로 스스로 모자를 짠다. 공명이 들어와 보더니 정색해 말한다.

"명공께서 다시 원지[원대한 뜻. 약초 이름이기도 함]를 가지지 않고, 단지 이런 일이나 하십니까?"

현덕이 짜던 모자를 땅에 내던져 사과한다.

"제가 이런 틈을 내어 근심을 잊는 것뿐입니다."

"명공께서 스스로 조조에 비해 어떻다 여기십니까?"

"그보다 못합니다."

"명공의 무리는 불과 수천 인이니 만일 조조 병력이 다다르면 어찌 막겠습니까?"

"내 한창 그 일을 근심하고 있지만 아직 양책[좋은 계책]을 얻지 못했습니다."

"어서 민병을 초모하십시오. 제가 그들을 교련해 적을 맞서게 하겠습니다."

현덕이 곧 신야의 백성을 초모해 3천 인을 얻는다. 공명이 아침저녁으로 진법을 교련한다.  하후돈이 10만 병력을 이끌고 신야로 쇄도해 온다. 장비가 듣고서 운장에게 말한다.

"공명더러 먼저 가서 적을 맞으라 하면 되겠수다."

正說之間,玄德召二人入,謂曰:「夏侯惇引兵到來,如何迎敵?」張飛曰:「哥哥何不使『水』去?」玄德曰:「智賴孔明,勇須二弟,何可推諉?」關、張出,玄德請孔明商議。孔明曰:「但恐關、張二人,不肯聽吾號令。主公若欲亮行兵,乞假劍印。」玄德便以劍印付孔明,孔明遂聚集眾將聽令。張飛謂雲長曰:「且聽令去.看他如何調度。」

*推諉 /추위/ 책임을 미루다. 회피하다.
*調度 /조도/ 인력 따위를 안배하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현덕이 두 사람을 불러 이른다.

"하후돈이 병력을 이끌고 왔으니 어떻게 막아야겠냐?"

장비가 말한다.

"형님! 왜 '물'을 보내지 않수?"

"지혜는 공명에게 의지하더라도 용맹은 두 아우가 꼭 있어야 하는데 어찌 뒤로 빠지려 하냐?"

관, 장이 나가자 현덕이 공명을 청해 상의한다.  공명이 말한다.

"다만 걱정은 관, 장 두 사람이 제 명을 듣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주공께서  제게 용병을 맡기시려거든 아무쪼록 주공의 검인 劍印 [지휘관의 상징인 검과 도장]을 빌려주십시오."

현덕이 검인을 공명에게 맡기자 공명이 장수들을 소집해 명령을 듣게 한다. 장비가 운장에게 말한다.

"일단 명령을 들어보고 그가 어찌하나 봅시다."

孔明令曰:「博望之左有山,名曰豫山;右有林,名曰安林;可以埋伏軍馬。雲長可引一千軍往豫山之前,先且埋伏,等彼軍至,放過休敵。其輜重糧草,必在後面。但看南面火起,可縱兵出擊,就焚其糧草。翼德可引一千軍去安林背後山谷中埋伏,只看南面火起,便可出,向博望城舊屯糧草處縱火燒之。關平、劉封可引兵五百軍,預備引火之物,於博望坡後兩邊等候,至初更兵到,便可放火矣。」──又命於樊城取回趙雲,令為前部,不要贏,只要輸。──「主公自引一軍為後援。各須依計而行,勿使有失。」

공명이 명령을 내린다.

"박망의 왼쪽에 산이 하나 있으니 이름하여 예산이요 오른쪽에 숲이 있으니 이름하여 안림이라 군마를 매복할 만하오. 운장은 1천 군사를 이끌고 예산 앞으로 가서 먼저 매복해 적군이 이르기를 기다려  적군을 그대로 통과시키지 대적하지 마시오. 그 치중이며 양초 糧草[군량과 말먹이]가 필시 뒤쪽에 있을 것이오. 남쪽에서 불이 치솟으면 출격해 곧바로 양초를 불사르시오.  익덕은 1천 군사를 이끌고 안림 뒤쪽의 산골짜기에 매복해 있다가 남쪽에서 불이 치솟으면 곧 나와서 박망성에 양초를 쌓아둔 곳으로 가서 바로 불을 놓으시오."

또한 번성에 명을 전해 조운을 불러온다. 그에게 선봉을 맡기고 이길 필요 없이 지는 척 달아나라 명한다.  

"주공께서 스스로 1군을 이끌고 후원할 것이오. 각자 반드시 계책에 따라 움직여 실수가 없도록 하시오."

雲長曰:「我等皆出迎敵,未審軍師卻作何事?」孔明曰:「我只坐守此城。」張飛大笑曰:「我們都去廝殺,你卻在家裡坐地,好自在!」孔明曰:「劍印在此,違令者斬!」玄德曰:「豈不聞『運籌帷幄之中,決勝千里之外』?二弟不可違令。」張飛冷笑而去。雲長曰:「我們且看他的計應也不應,那時卻來問他未遲。」

*坐守 /좌수/ 사수하다. 고수하다.
*帷幄 /유악/ 군막. 군대에서 쓰는 장막. 군용 텐트.

운장이 말한다.

"우리 모두 나가서 적군을 맞이하는데  군사께서는 무슨 일을 하실지 미심스럽소."

"나는 다만 이 성을 좌수 坐守[사수/고수]하겠소."

장비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우리 모두 죽어라 싸우러 나가는데 당신은 집안에 편히 있겠다니!"

"검인이 여기 있소! 명령을 어기는 자 참하겠소!"

현덕이 말한다.

"어찌 듣지도 못했더냐? 유악[군대 막사] 안에서 운주[주판을 굴림. 책략을 씀]하여  천리 밖의 승부를 결정짓는다, 라고 하였다.  두 아우는 명령을 어겨선 안 된다."

장비가 비웃으며 가버린다. 운장이 장비에게 말한다.  

"일단 그의 계책이 들어맞는지 안 맞는지 보고나서 그에게 뭐라 해도 늦지 않다."

二人去了。眾將皆未知孔明韜略,今雖聽令,卻都疑惑不定。孔明謂玄德曰:「主公今日可便引兵就博望山下屯住。來日黃昏,敵軍必到,主公便棄營而走。但見火起,即回軍掩殺。亮與糜竺、糜芳引五百軍守縣,命孫乾、簡雍準備慶喜筵席,安排『功勞簿』伺候。」派撥已畢,玄德亦疑惑不定。

*伺候 /사후/ 기다리다. 봉사하다.

두 사람이 떠났다. 장수들이  아직 공명의 도략 韜略 [육도삼략/계략]을 알지 못해 이제 비록 명령을 들었으나 모두 의심해 마지않는다. 공명이 현덕에게 말한다.

"주공께서 오늘 병력을 이끌고 박망산 아래로 가서 주둔하십시오. 내일 황혼에 적군이 반드시 올테니 주공께서 바로 영채를 버리고 달아나십시오. 그러다 불길이 치솟으면 즉시 군사를 돌려 쳐부수십시오. 저는 미축, 미방과 더불어 5백 군사를 거느려 고을을 지키고 손건과 간옹에게 시켜  축하 연회를 준비하고 공로부 功勞簿 [공훈을 적는 장부]를 안배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파발 派撥 [안배와 파견]을 마쳤지만 현덕 역시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다.

卻說夏侯惇與于禁等引兵至博望,分一半精兵作前隊,其餘盡護糧車而行。時當秋月,商飆徐起。人馬趲行之間,望見前面塵頭忽起。惇便將人馬擺開,問鄉導官曰:「此間是何處?」答曰:「前面便是博望坡,後面是羅川口。」

*趲行 /찬행/ 길을 재촉하다.

한편 하후돈이 우금 등과 더불어 병력을 이끌고 박망에 다다라 그 절반의 정병을 나눠 선발부대로 삼고 나머지 병력 모두는 양초를 호송한다. 이때 마침 가을이라 상표 商飆 [추풍. 가을바람]가 천천히 불어온다.  인마들이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멀리 바라보니 앞쪽에 먼지구름이 문득 피어오른다.  하후돈이 곧 인마들을 펼치고, 향도관 [길을 안내하는 관리]에게 묻는다.

"여기가 어디냐?"

"앞쪽은 박망파[박망의 언덕]요 뒤쪽은 나천구 羅川口 [나천의 강어귀]입니다."

惇令于禁、李典押住陣腳,親自出馬陣前。遙望軍馬來到,惇忽然大笑。眾問:「將軍為何而笑?」惇曰:「吾笑徐元直在丞相面前,誇諸葛亮為天人!今觀其用兵,乃以此等軍馬為前部,與吾對敵,正如驅犬羊與虎豹鬥耳!吾於丞相前誇口,要活捉劉備、諸葛亮,今必應吾言矣。」遂自縱馬向前。趙雲出馬。惇罵曰:「汝等隨劉備,如孤魂隨鬼耳!」

*陣腳 /진각/ 진영의 최전방. 또는 완전한 대오.
*孤魂 /고혼/ 외로운 넋. 외로운 영혼. 오갈데 없는 신세.

하후돈이 우금과 이전에게 명해 행렬을 멈춰 진을 펼치게 하고 몸소 진 앞으로 나간다. 멀리 군마들이 오는 걸 보더니 하후돈이 갑자기 크게 웃는다. 사람들이 묻는다.

"장군께서 뭣 때문에 웃으십니까?"

"서원직이 승상 면전에서 제갈량을 천인 天人[하늘이 낸 사람]이라 자랑하던 게 우스워서 그렇소! 이제 그 용병하는 꼴을 보니 저 따위 군마를 선봉으로 내세워 우리와 대적하겠다니 바로 개나 양떼를 몰아 호랑이나 표범과 싸우겠다는 것 밖에 더 되겠소! 내 승상 앞에서 장담해서 유비와 제갈량을 사로잡아야겠는데 이제 틀림없이 내 장담대로 되겠구려!"

곧 스스로 말을 내달려 전진한다. 조운이 출마하자 하후돈이 욕한다.

"너희가 유비를 따르는 게 마치 오갈데 없는 넋이 귀신을 따라다니는 꼬라지구나!"

雲大怒,縱馬來戰。兩馬相交,不數合,雲詐敗而走。夏侯惇從後追趕。雲約走十餘里,回馬又戰,不數合又走。韓浩拍馬向前諫曰:「趙雲誘敵,恐有埋伏。」惇曰:「敵軍如此,雖十面埋伏,吾何懼哉!」遂不聽浩言,直趕至博望坡。一聲砲響,玄德自引軍衝將過來,接應交戰。夏侯惇笑謂韓浩曰:「此即埋伏之兵也!吾今晚不到新野,誓不罷兵!」乃催軍前進。玄德、趙雲退後便走。

조운이 크게 노해 말을 내달려 싸운다. 둘이 맞붙어 몇합만에 조운이 거짓으로 패해 달아난다. 하후돈이 뒤쫓는다. 조운이 약 십여 리를 달아나 말머리를 돌려 다시 싸워 몇합만에 또 달아난다. 한호가 말에 박차를 가해 달려와 간언한다.

"조운이 유인하니 매복이 있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적군이 이 모양인데 비록 십면매복[사방을 빈틈없이 매복함]인들 내 어찌 두렵겠소!"

결국 한호의 말을 듣지 않고 곧장 박망파까지 뒤쫓는다. 한차례 호포 소리 울리더니 현덕이 몸소 군사를 이끌고 달려들어 조운을 구원해 교전한다. 하후돈이 웃으며 한호에게 말한다.

"이게 바로 매복한 병력이구려! 내 오늘 저녁까지 신야에 이르지 못하면 맹세코 병력을 거두지 않으리다!"

이에 군사들을 재촉해 전진한다. 현덕과 조운이 뒤로 물러나 바로 달아난다.

時天色己晚,濃雲密布,又無月色;晝風既起,夜風愈大。夏侯惇只顧催軍趕殺。于禁、李典趕到窄狹處,兩邊都是蘆葦。典謂禁曰:「欺敵者必敗。南道路狹,山川相逼,樹木叢雜,倘彼用火攻,奈何?」禁曰:「君言是也。吾當往前為都督言之。君可止住後軍。」李典便勒回馬,大叫:「後軍慢行!」人馬走發,那裡攔當得住。于禁驟馬大叫:「前軍都督且住!」

*走發 /주발/ 폭발하다. 화약이 터지다.  본문에선 인마들이 질주하는 것을 뜻하는듯.

이때 벌써 저녁이 돼 짙은 구름이 가득한데 달빛도 없다. 낮부터 바람이 불어 밤이 되자 더욱 거세진다. 하후돈은 오로지 군사를 재촉할 뿐이다.  우금과 이전이 뒤따라 좁은 곳에 이르렀는데 양쪽으로 죄다 갈대밭이다. 이전이 우금에게 이른다.

"적을 업신여기는 자 반드시 패한다 하였소. 남쪽 도로가 좁고 산천이  가로막고 수목이 빽빽한데, 만약 적이 화공을 쓴다면 어쩌겠소?"

우금이 말한다.

"그대 말씀이 옳소이다. 내, 앞으로 달려가 도독께 말씀드려야겠소. 그대는 후군 後軍을 멈추시오."

이전이 곧 말머리를 돌려 크게 외친다.

"후군은 행군을 늦춰라!"

인마들이 질주해 오다가 그 자리에서 가로막혀 멈춰버린다. 우금이 말을 내달려 크게 외친다.

"전군 前軍의 도독께서는 일단 멈추시오!"

夏侯惇正走之間,見于禁從後軍奔來,便問何故。禁曰:「南道路狹,山川相逼,樹木叢雜,可防火攻。」夏侯惇猛省,即回馬令軍馬勿進。

하후돈이 한창 달리다 바라보니 우금이 뒤따라 내달려 온다. 무슨 까닭이냐 묻자 우금이 말한다.

"남쪽 도로가 좁고 산천이 가로막고 수목이 우거져 화공을 방비해야겠습니다."

하후돈이 아차! 깨닫고 즉시 말머리를 돌리더니 군마들에게 멈추라 명한다.

言未已,只聽背後喊聲震起,早望見一派火光燒著;隨後兩邊蘆葦亦著。一霎時,四方八面,盡皆是火。又值風大,火勢愈猛。曹家人馬,自相踐踏,死者不計其數。趙雲回軍趕殺,夏侯惇冒煙突火而走。

*霎時 /운시/ 극히 짧은 시간. 일운시 一霎時 = 일순간

그 말이 미처 끝나지 못해 배후에서 함성이 울려 벌써 저 멀리 한 무더기 불길이 확 눈에 들어온다. 뒤이어 양쪽의 갈대 역시 불 붙는다. 삽시간에 사방팔면 四方八面이  온통 불바다다. 게다가 바람까지 거세져  불길이 더욱 사납다. 조가 曹家 [조 씨 집안. 조조 진영]의 인마들이 서로 짓밟아 죽은 자를 헤아릴 수 없다. 조운이 군사를 돌려 뒤이어 무찌르니 하후돈이 연기와 불길을 뚫고 달아난다.

且說李典見勢頭不好,急奔回博望城,時火光中一軍攔住。當先大將,乃關雲長也。李典縱馬混戰,奪路而走。于禁見糧草車輛,都被火燒,便投小路奔逃去了。夏侯蘭、韓浩來救糧草,正遇張飛。戰不數合,張飛一槍刺夏侯蘭於馬下。韓浩奪路走脫。直殺到天明,卻纔收軍。殺得屍橫遍野,血流成河。後人有詩曰:

한편, 이전이 살펴보니 세두 勢頭 [정세. 형세]가 좋지 않아 서둘러 박망성으로 되돌아가는데 이때 불빛 가운데 한무리 군사가 가로막는다. 당선한 [앞장선] 대장은 바로 관운장이다. 이전이 말을 내달려 혼전해 길을 뚫어 달아난다. 우금이 바라보니 양초를  실은 수레가 죄다 불살라져 곧 작은 길로 달아난다. 하후란과 한호가 달려와 양초를 구하다가 장비와 마주친다. 싸워 몇합만에 장비가 한 창으로 하후란을 찔러 낙마시킨다. 한호가 길을 뚫고 달아나 벗어난다. 동틀녘까지 내리 무찌르고서야 군사를 거둔다. 죽인 시체가 들판 가득해 핏물이 강을 이룬다. 뒷날 누군가를 시를 지어 기린다.

博望相持用火攻,指揮如意笑談中。
直須驚破曹公膽,初出茅廬第一功!

*直須 /직수/ ~해야 한다. 또한 ~해야 한다.

박망에서 서로 싸우다 화공을 쓰니
웃고 이야기해도 지휘는 뜻대로네
조공의 간담이 놀라게 깨뜨리니
모려를 나와 처음 세운 공이라네

夏侯惇收拾殘軍,自回許昌。 卻說孔明收軍,關、張二人相謂曰:「孔明真英傑也!」行不數里,見糜竺、糜芳引軍簇擁著一輛小軍,車中端坐一人,乃孔明也。關、張下馬拜伏於車前。須臾,玄德、趙雲、劉封、關平等皆至,收聚眾軍,把所獲糧草輜重,分賞將士,班師回新野。新野百姓望塵遮道而拜,曰:「吾屬生全,皆使君得賢人之力也!」

*望塵 /망진/ 옛날에 권력자에 아부하느라 멀리서 타고오는 수레의 먼지만 봐도 나와서 머리를 조아리던 데에서 유래해서 권력자에 빌붙어 아첨하는 것을 뜻함. 본문에서 그냥 칭송하는 정도로 봐야 할 듯.

하후돈이 패잔군을 수습해 허창으로 돌아간다. 한편, 공명이 군사를 거두자 관, 장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말한다.

"공명은 참으로 영걸이오!"

몇리 못 가 미축과 미방이 군사를 거느려 수레 하나를 호위해 오는 데 수레에 단정히 앉은 사람은 바로 공명이다. 관, 장이 말에서 내려 수레 앞에 절해 엎드린다. 얼마 안 돼 현덕과 조운, 유봉, 관평 등이 모두 이르러 군사들을 모아,  노획한 양초와 치중을 장사들에게 나눠 포상하고, 신야로 회군한다. 신야의 백성들이 칭송하러 길을 가득 메워 절을 올려 말한다.

"우리 목숨이 온전한 것은 모두 사군께서 현인을 얻으신 덕분이오!"

孔明回至縣中,謂玄德曰:「夏侯惇雖敗去,曹操必自引大軍來。」玄德曰:「似此如之奈何?」孔明曰:「亮有一計,可敵曹軍。」正是:破敵未堪息戰馬,避兵又必賴良謀。

공명이 돌아가 신야에 이르러 현덕에게 말한다.

"하후돈이 비록 패해 물러갔으나 조조가 필시 스스로 대군을 거느려 옵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해야겠습니까?"

"제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조조 군대와 겨룰 수 있습니다."

적병을 깨뜨리고 아직 싸움말이 쉬지 못했는데
다시 싸움을 피하려면 좋은 계책이 있어야겠구나

未知其計若何,且看下文分解。

그 계책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덧글

  • 들꽃향기 2009/11/10 20:43 # 답글

    박망파에 저런 비석도 세워져 있군요. 하긴 중국보면 요즘 삼국이제 나온느 장소들은 다 저런다지만 ㄷㄷ
  • 뽀도르 2009/11/11 13:19 #

    삼국지의 관광자원화 측면이 강하겠군요.
  • 시무언 2009/11/11 02:26 # 삭제 답글

    본격 공을 뺐긴 유비 이야기
  • 뽀도르 2009/11/11 13:19 #

    왠지 공명의 꼭두각시처럼 -_-;
  • 들꽃향기 2009/11/11 13:30 #

    엉엉 선주니임~ ㅠ
  • 뽀도르 2009/11/11 18:31 #

    앞으로 줄곧 후주 유선의 부친다운 모습을 보이실 선주님이 그려지네요.
  • 블랙커피 2009/11/11 19:03 # 삭제 답글

    유비의 삶고 조리는 낚시에 걸려, 일평생 전쟁을 치르는 나락에 떨어지는 제갈무후..

    뽀도르님 항상 감사히 잘 보고있습니다.
  • 뽀도르 2009/11/12 11:05 #

    그러게요. 평생 고생하다 젊은 나이에(?) 과로사하고 말지요.
  • 시무언 2009/11/12 02:43 # 삭제 답글

    솔직히 연의에서 공명 나오고나서 유비가 하는 일은 거의 없죠(...)
  • 뽀도르 2009/11/12 11:06 #

    실로 조종하는 인형처럼 -_-;;
  • asianote 2009/11/13 05:43 # 답글

    요괴 공명, 울보 유비, 찌질 주유, 영웅 관우, 이런 식으로 인물 배치를 꽤나 그럴 듯 하게 했지요. 뭐 덕분에 불쌍한 건 주랑. 이제 조금 있으면 已生兪 何生亮 외치겠네요.
  • 뽀도르 2009/11/13 10:20 #

    ㅋㅋ 주유는 정말 안습...
  • 시무언 2009/11/13 10:00 # 삭제 답글

    거기다가 지금까지 잘 나가던 조조가 본격 안습 루트를 타게 되지요
  • 뽀도르 2009/11/13 10:21 #

    지금까지 높이 올랐던 만큼 낙하의 충격도 크겠지요.
  • 시무언 2009/11/14 01:07 # 삭제 답글

    역시 정상에 올라야 떨어질 곳이 멀다는건 진리였군요
  • 뽀도르 2009/11/14 11:09 #

    적벽에서 날개도 없이 추락했으니..
  • 시무언 2009/11/14 13:29 # 삭제 답글

    관도에서 원소 이겼을때만 해도 그런 꼴이 되리라곤 전혀 생각 못했겟죠
  • 뽀도르 2009/11/14 15:23 #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이지러지는 법이라죠.
  • ㅇ.ㅇ 2010/03/03 20:01 # 삭제 답글

    유비에게 호의적이었던 정사에조차 한줄 나와있지 않은 소설입니다. 공명의 계책이 성공한 사례가 하나없었고 조조가 벌벌떨며 운장에게 구걸한 것도 거짓입니다. 관우의 무공 대부분이 허구로 부풀려져있는데, 조조가 싫어서 운장이 떠난게 아니라 조조 밑에 있는 수많은 동급 이상의 무인들에 기가 질려서 닭대가리가 되는게 낫겠다 싶어 스스로 물러난거죠. 조조 수하에서는 일반 내무반장 정도로 생을 마쳤을겁니다. 공명이 내었다는 천하삼분책 역시 걍 시중에 이런 말이 학자들 사이에서 떠도는데 좋은 생각같다~~라고 한게 마치 자기 창작물인양 이른바 표절을 한거죠.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 많은 전략 사례들이 허구가 아닌 실제였다고 천만번 양보해서 가정해보면, 천하삼분계가 과연 무릎을 탁 칠만큼 획기적입니까? 읽을 거리가 별반 없었던 시대에 광분하던 위서를 가지고 숭배를 거듭하는 민족이니 어찌 왜넘이 오면 거기 굽실 양넘이 오면 거기 굽실 제 국민 불태우고 때리고 밟아서 죽인건 괜찮고 사고로 죽은 왜넘들 앞에 무릎이나 꿇는 국치를 안겪겠습니까?
  • 뽀도르 2010/03/04 10:04 #

    정사와는 많이 다른 소설이지만, 가끔 정사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니 문제지요. 노숙과 주유의 역할이 축소되고, 공명의 역할이 과장돼 있지요. 조조의 구걸이야 말할 것도 없이 거짓이고요. 적벽대전의 실체에 대해선 아직도 설이 구구하더군요.
  • 시무언 2010/03/04 13:46 # 삭제 답글

    근데 관우가 관도대전때 작위를 받은 유일한 사람이라는건 모르시나 보죠 저 윗분은?
    그리고 솔직히 누구 밑에 있는게 더 편할까요?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조조? 아니면 원소 밑의 객장 신분인 유비?

    ...근데 윗 분 좀 많이 흥분하신듯(...)
  • 뽀도르 2010/03/05 09:34 #

    정사에서도 관우나 장비는 만명의 사내를 당해낼 용맹을 가졌다 하지요. 잘 나가고 있던 조조 밑에서 역시 잘 나가던 관우를 다시 빨아드리는 유비의 그런 면이, 조조로 하여금 어찌보면 보잘 것 없던 유비를 조조가 그 자신과 함께 천하의 두 영웅으로 여기며 경계하게 했겠지요. 유비가 원소에게 갔을 때도 원소가 2백리 밖이던가? 하여튼 멀리까지 나와서 맞이한 거 보면 당대의 유비의 명성은 이미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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